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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불쑥 일상 속에 꿈처럼 예기치 않은 비일상이 파고들 때 덧글 0 | 조회 134 | 2019-10-01 16:27:39
서동연  
그렇게 불쑥 일상 속에 꿈처럼 예기치 않은 비일상이 파고들 때 환타지가 시작된다. 비일상이 일상을 조금씩 파먹어들어가고, 당황한 주인공들과 그의 주변은 애매모호한 구분 속에서 조금씩 뒤틀려간다. 그리고 환타지는 가지를 뻗어간다.나는 옛날에 너랑 한 약속을 아직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 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 한참 동안이나 그 말의 의미를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그녀가, 자기가 결혼한 다음에 그와 자겠노라고 한 말을 기억해냈다. 그 역시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약속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가 그런 말을 입에 담은 것은 그 당시 그녀가 혼란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혼란스러워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만 그런 말을 하고 만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혼란에 빠져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그것은 약속이었던 것이다. 명백한 서약이었다. 그는 순간 방향을 잃고 말았다.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정당한 일인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어쩔 바를 몰라 사방을 돌아보았다. 이미 아무 것도 그를 이끌어 주지 않았다. 물론 그녀와 자고 싶었다.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는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도, 몇 번이나 그녀와 자는 장면을 상상했던 것이다. 애인이랑 있을 때에도, 그는 어둠 속에서 그런 장면을 수없이 상상하였다. 따지고 보면 그는 그녀의 벗을 몸은 힐긋조차 본 일이 없는 것이다. 그가 그녀의 육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옷안으로 파고 들어간 손가락의 감촉뿐이었다. 그녀는 팬티도 벗지 않았었다. 그 안으로 손가락을 넣을 수 있게 해 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단계에서 그녀와 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일은 많은 것은 훼손시킬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과거라는 어둠 속에 살며시 놔두고 온 것을, 지금 새삼스레 흔들어 일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일은 나답지 않은 행위하고 그는 느꼈다. 거기에는 무언가 비현실적인 것이 명백하게 섞여
하지만 그녀는 역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그에게 입맞춤을 하였다. 아주 부드럽게. 미안해. 그러나 너에게 처녀를 바칠 수는 없어.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어. 하지만 그만은 안 돼. 나를 좋아한다면 그 얘기는 꺼내지 말아 줘. 부탁이야나는 오후 내내 혼자서 소파에 드러누워 멍하니 있었다. 달리 할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책을 읽었다.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새로운 소설. 음악도 조금 들었다. 맥주도 조금 마셨다. 하지만 그 어느 것에도 기분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잘까 하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잠에도 신경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소파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잠을 않게 된 이후로, 오늘이 며칠 째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였다. 처음 잠을 못한 날이 그러니까, 지지난 주 화요일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로 꼭 열 이레가 된다. 나는 열 이레 동안 한 잠도 않았다. 열 일곱 전의 낮과 열 일곱 번의 밤. 아주 긴 시간이다. 잠이란 것이 대체 어떤 것이었는지, 나는 잘 기억해낼 수가 없다. 나는 눈을 감아 보았다. 그리고는 잠의 감각을 되새겨보려 하였다. 하지만 거기에는 깨어 있는 어둠이 존재할 뿐이었다. 깨어 있는 어둠그것은 내게 죽음을 상기시켰다. 만일 이대로 내가 죽는다면, 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이었던가, 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하지만 내 인생이 대체 무엇이었는지, 내가 알 리가 없다. 그럼, 죽음이란 대체 무엇인가, 하고 나는 생각하였다. 나는 그때까지, 잠을 일종의 죽음의 원형이라고 파악하고 있었다. 즉 나는 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써, 죽음을 상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죽음이란 요컨대, 보통 대보다 훨씬 깊은, 의식이 없는 잠영원한 휴식, 블랙 아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문득 생각하였다. 죽음이란, 잠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상황이 아닐까그것은 어쩌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 같은 끝이 없고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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